1편에 이어서 구례/하동/남원 여행 2편을 써보려고 합니다.
1편에는 구례 북부 명소인 화엄사, 천은사, 반야원을 방문했다면, 2편에는 구례 남부와 하동으로 가는 길 함께 들렸던 여행지에 관해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운조루, 사성암, 화개장터에 방문하실 분들에게는 좋은 정보가 될 것입니다.
이번 2편의 테마는 조용하고 호젓한 힐링 여행입니다.
저는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랐기 때문에 시골 풍경에 익숙해서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으나, 도심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촌캉스를 즐기고 싶다면 새로움으로 다가오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말 그대로 유유자적하며 시골의 조용하고 호젓한 느낌을 원하시는 분들에게만 추천해 드립니다.
특히 시골 특유의 정겹고 따뜻한 분위기, 사람 사는 친숙한 냄새는 기대 안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동네 자체가 활성화 되어있지 않고 정말 조용함 그 자체이기 때문에 살짝은 실망하실 수도 있어요.
점심은 구례 읍내에 있는 선미옥 다슬기에서 다슬기 수제비를 먹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다슬기를 참 좋아하기도 하고, 속이 편해지는 음식을 먹고 싶어 다슬기 수제비라는 메뉴를 정하게 되었는데요.
원래는 관광객 대상으로 유명한 부부식당을 가려고 했으나, 문을 닫아 대안으로 알아본 식당이 선미옥 다슬기였습니다.
소문으로는 전라도가 음식이 맛있는 것으로 아는데, 제가 간을 세게 먹는 탓인지 네 맛 내 맛도 아닌 밍밍한 맛에 개인적으로는 별로였습니다.
담백하고 깔끔한 이북식 맛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취향에 맞게 좋은 식사 하실 수 있겠습니다.
구례에는 3대 사찰이 있는데, 화엄사, 천운사, 그리고 소개해 드릴 사성암이 있습니다.
절벽에 자리 잡고 있는 사찰인데, 지나가는 말로 절벽에 있는 사찰에 방문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하여 소원바위도 있습니다.
사찰 자체의 아름다움보다는 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구례 읍내 전경이 충분히 방문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탁 트인 전망 아래 구례 중심을 따라 흐르는 섬진강이 참 고요하고 평화롭더라고요.
옛말에 배산임수라고 뒤에는 산이 있고, 앞에는 물이 있는 풍수 명당이 바로 구례 아닐까 싶었습니다.
왕복 40분이면 충분히 들러보시기 충분하고, 주차장에서 산 정상까지 거리는 길지 않으나 계속 오르막이라 한여름에는 조금 힘드실 수도 있습니다.
다음은 운조루입니다. 쌍산재에 들리려고 했으나 아쉽게도 휴무인 관계로 그 근처의 운조루에 들리게 되었는데요.
운조루가 위치한 동네는 한옥 마을로 전부 기와집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북촌이나 전주와 같은 상업화된 한옥마을이 아니라, 실제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로컬 느낌 낭낭한 동네라, 잠깐 드라이브하는 것만으로도 힐링 되는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운조루는 일부러 방문할 곳은 아닌 것 같고, 운조루가 위치한 마을은 구례에서 하동 넘어가는 길 스쳐 지나가는 코스로 괜찮아 보입니다.
운조루는 한옥마을 안에서 내부를 관람할 수 있는 개방된 공간이었는데, 입장료는 천 원이지만, 내부에는 별것 없습니다.
흔히 볼 수 있는 그러한 한옥 내부이고, 전혀 관리가 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입장료를 내고 운조루에 방문하는 것보다 운조루 마을을 잠깐 산책하는 편이 더 좋은 경험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구례에서 하동 넘어가는 길 위치한 고물상인데요.
빈 공터에 천막을 쳐놓고 갖가지 골동품을 판매하는 곳이었습니다.
온갖 불상들과 안경테, 놋그릇들이 한가득이었는데 대단한 오타쿠의 집착이 느껴져서 구경하는 내내 소름이었습니다.
저도 어렸을 적 로망이 은퇴하고 고물상을 차려서 고물 저마다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었는데,
거미줄과 먼지 가득한 고물들을 보고 있자니 그 환상이 아작나는 기분이었습니다.
출처 불문의 옛날 물건들을 훔쳐 와도 사고, 도굴해 와도 산다는 문구가 인상 깊어 수집광 사장님의 철학이 조금은 궁금해지더군요.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경상도와 전라도를 잇는 그 유명한 장터 화개장터입니다.
부모님이 이번 여행에서 제일 기대하셨던 곳이 화개장터인데, 옛날의 그 명성에 비해 지금은 장의 규모나 품목의 다양성에서 너무 초라해져 있었습니다.
엄마 말로는 보통 불이 나면 더 장사가 잘되는데 화개장터는 화재가 일어난 후 재개되고 예전만큼 활성화되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주중이서인지 비어있는 가게들도 많았고, 아무리 특산품이라지만 재첩국, 약재, 불상으로 한정된 품목을 중복되게 판매하고 있어 볼거리가 없었습니다.
약재를 판매하더라도 약재가 들어간 백숙을 판다거나, 약재 티백을 판다거나, 약재로 호떡을 만든다거나 여러 가지 응용해서 관광상품을 판매할 수도 있었을 텐데 연구가 필요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구례, 하동 근방 지역들은 아기자기한 것들을 좋아하는지 작은 소품들, 특히 불상을 판매하는 곳이 많았는데요.
거리 곳곳에도 귀여운 동상들이 많은 것을 봐선 이런 장식품들에 대한 수요가 많은 듯하여 조금 신기했습니다.
장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시는 부모님께서는 장에 갈 때마다 한 보따리씩 무언가를 사 오곤 하시는데, 빈손으로 돌아가시는 것을 보면서 저까지 매우 아쉬운 관광이었습니다.
2편은 여기까지입니다.
2편은 유유자적하며 가볍게 거닐기 좋은 코스였다면 3편은 이야기가 있는 풍경이 있는 여행지를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3편의 삼성궁, 지리산허브밸리, 광한루는 자연이 빚어낸 풍경과 더불어 그 안에 담겨있는 이야기가 있어 더욱 특별했습니다.
그리고 기대 없이 방문했는데 의외로 제일 만족스러웠던 여행지라 더 애틋하게 느껴지네요.
그러면 다음 편에서 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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