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방문하는 블로그입니다.
2일 1 포스팅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현생이 바빠 그러기가 쉽지 않네요. 뮤지엄 산에 방문한 지가 꽤 됐는데 아직도 못다 한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ㅜㅜ
그럼 뮤지엄 산 2편에서는 제임스 터렐관과 현재 진행 중인 우고 론디노네의 전시, 그리고 종이 박물관에 대한 리뷰를 적어보려고 합니다.
아마 뮤지엄 산의 건축적 의도도,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이 3개의 전시 또한 자연과 인간에 대해 깊이 성찰하면서 명상적 차원의 체험을 하게 해주는 공통점이 있지 않나 싶네요.
우리로 하여금 일관된 메시지를 전하는 뮤지엄 산의 모토가 멋져 보입니다.
제임스 터렐관부터 먼저 말씀드려보자면, 제임스 터렐의 작품은 컬러풀한 색감과 빛과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죠.
저 또한 그 오묘한 느낌이 좋아 한 때 배경 화면으로 많이 애용했던 적이 있습니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제임스 터렐의 작품을 직접 체험해 보는 것은 생각 그 이상으로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제임스 터렐관은 사진 촬영이 불가한 관계로 뮤지엄 산 공식 사진으로 대체하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로 맞이하는 작품은 스카이 스페이스입니다.
뚫려있는 구멍 사이로 유유히 지나가는 구름과 따사로운 햇살을 온전히 느껴볼 수 있는 공간인데요.
개인적으로 근래 하늘을 올려다본 적이 없을 정도로, 이렇게 인간이 조성해 놓은 창구를 통해 자연을 감상하는 것이 다행인지 불행인지 잘 모르겠습니다.ㅋㅋ 아무렴 어떤가요. 무척 좋았습니다.
또 움직이면서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길 따라오는 빛 그림자가 참 신기했네요.

스카이 스페이스와 연속된 공간에 있는 호라이즌 룸은 터렐 특유의 착시효과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2차원처럼 평면으로 보이지만 알고 보면 3차원의 입체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었는데요.
보이는 각도와 위치에 따라 계단 너머의 세상이 다르게 보이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이로써 우리에게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보이는 것 그 너머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항상 인지와 사고의 한계를 경계하고 겸손한 태도를 가져야 하는 이유 아닐까요?

사진은 간즈펠트라는 작품인데, 사실 저는 터렐의 작품중 간즈펠트가 풍기는 오묘한 분위기를 제일 좋아해요.
그런데 실제 공간에 들어가 보니 모니터에서 본 것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특히 끝이 모호할 정도로 빨려 들어갈 듯한 착시 현상과 안개처럼 뿌연 몽환적인 분위기는 정말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단순히 보이는 것을 넘어서 작품이 던져주는 깨달음은 앞으로 이 작품이 더 애틋하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간즈펠트는 처음에 바라봤을 때는 분명 한 가지 색입니다.
그러나 이 스크린의 색상은 시시각각 다르게 변하고 내부와 외부에 있을 때 보색으로 빛나게 됩니다.
이를 통해서 아마 온전한 진실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을까? 진실이라는 건 보이는 시각에 따라 상대적인 의미를 지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보게 되더군요.
늘상 우리는 고정적이고 불변하는 가치를 원하지만 세상은 비선형적이라는 걸 일깨워주는 듯합니다.

터렐은 어릴 적 어둠에 대한 두려움이 극도로 심했다고 합니다.
어둠 속에서 문 틈 사이의 새어 나오는 빛에 안도감을 느꼈던 경험을 바탕으로 웨지워크라는 작품을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공간에서 온 시야를 빛에 의지하고 있으니 명상하듯 마음이 고요해지더군요.
빛과 공간을 물질화시키는 터렐의 세계는 우리에게 어떤 마음의 울림을 전달하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익숙한 기존의 것들을 비틀어 의구심을 갖게 하는 것이 아트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 점에서 터렐은 아주 훌륭한 작가 아닐까 싶어요.



본 전시인 우고 론디노네에 들어가기 앞서서 종이 박물관을 관람하는 코스가 있더군요.
저는 전시의 내용보다도 전시를 전달하기 위한 공간 디자인이 잘 구획되어 있어 인상 깊었습니다. 짧게나마 기록해 보려 합니다.
1관에서는 종이처럼 세로로 길게 늘어진 스크린에 영상화면을 띄우고, 그 밑에 유물이나 모형을 각각 동그란 직부등으로 밝히고 있었습니다.
사실 별거 아닐 수 있는데, 종이 박물관이라는 취지에 맞는 디자인과 직부등의 동그란 테두리가 동양적인 미를 더해 전시에 집중하기가 훨씬 수월했습니다.
2관은 종이를 활용한 다양한 유물을 유리 기둥에 보관해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기둥이 모여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입면이 만들어지는 디자인이 인상 깊었는데요.
그냥 투명한 관에 유물을 나열해서 일방적으로 보여줄 수도 있었을 텐데, 그 보여주는 방식에서 새로운 느낌을 받았습니다.

3관에서는 선조들이 활용했던 종이의 역할을 전시하고 있고, 4관에서는 종이에 관한 미디어아트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이러한 전시의 흐름이 간결하면서도 지루하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조성되어 있어 좋았습니다. 본전시에 앞서 가볍게 워밍업하기 좋더군요.

마지막은 우고 론디노네의 전시인데요. 사실 기대를 안했는데, 딱 그만큼의 감상을 얻고 간 전시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제일 처음 맞이하는 것은 스테인드 글라스처럼 색색의 유리들로 이루어진 작품인데요.
햇빛에 반사되어 그 아름다움에 눈이 부시더군요. 색색의 유리 너머로 보이는 바깥 풍경도 왠지 영롱한 느낌을 자아냈습니다.
때로는 예술작품이 주는 아름다움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충만해질 때가 있습니다.


다음은 세계의 각 지역 바다 이름을 가진 푸른 유리의 말 조각인데요.
이 말을 가까이에서 보면 위와 아래가 구분되어 있는데, 바다의 수평선을 기준으로 각각 바다와 하늘을 나타낸 것이라 하는데요.
처음에는 이게 무슨 조합일까 싶은데, 바다와 하늘을 품고 있는 말과 해가 뜨고 지는 작은 수채화를 함께 어울려서 보면요.
아마 작가는 바다의 수평선이 주는 아득함과 광활함을 작품으로 구현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사실 저는 전시에서 가장 좋았던 작품을 꼽으라면, 우고 론디노네보다 해와 달을 그린 어린이들의 작품이었습니다.
입구가 없는 벽을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야 하는데, 미지의 세계에 대한 어린이들의 호기심이 느껴졌습니다.
분명 같은 해와 달을 그린 것임에도 저마다 다르고 기발한 그림들이 너무 많아 그 창의성에 무척 감탄했네요.
세상을 편견없이 있는 그대로 보는 아이들의 그림처럼, 저도 아이들의 작품을 볼 때는 오로지 오감과 직관으로 그 세계를 한번 느껴보고자 노력했습니다.

백남준관에 전시되어 있는 노란색과 빨간색 수도승 작품입니다.
돌로 쌓인 둥근 전시 공간에서 돌처럼 보이는 수도승 작품이 놓여있으니 참 아름답더라고요.
천장의 둥근 창에서 나오는 빛과 바닥의 간접등이 작품을 더욱 숭고하게 보이게끔 하네요.
예로부터 돌은 사유의 대상이었지만, 청동으로 주조한 것이긴 해도 거대한 돌덩어리를 대놓고 보고 있으니.
제목대로 수도승의 마음에 이입이 된 것처럼 뭔가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사실 그 규모와 명성에 비해 별다른 감상은 없었습니다.ㅜㅜ



대망의 스톤 가든에 있는 수녀와 수도승 작품입니다.
큰 돌덩어리에 작은 돌 하나를 얹혀 색깔만 입힌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조각된 형태가 웅크려 기도하는 모습 같습니다.
설명에 의하면, 아래가 치마처럼 펼쳐져 있으면 수녀, 좁혀져 있으면 수도승이라고 합니다.
솔직히 그냥 작품만 봐서는 잘 모르겠는데, 우고 론디노네의 작품은 뮤지엄 산이라는 공간과 둘러싸고 있는 자연과 참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그가 말하고자 했던 자연을 통한 정신적 사유를 추구하는 것이 딱 들어맞는 전시 공간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로써, 뮤지엄 산의 관람 후기는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매년마다 찾아와서 전시를 관람하고 싶을 정도로 뮤지엄 산은 제가 좋아하는 공간에 손꼽기도 하는데요.
서울과 다소 거리가 있지만 그 수고로움을 잊을 정도로 값진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니, 방문하지 않은 분들께서는 한번 방문해 보셔도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 내년에 또 방문했을 때는 어떠한 시각으로 뮤지엄 산을 감상하게 될지 궁금하네요. 또 변화돼 있을 내년의 전시도 상당히 기다려지게 되고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한 주도 화이팅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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